아침에 일찍 동네 산책을 나갑니다. 강아지 산책을 먼저 시켜주고 커피 한 잔 내려서 나가니 6시 경입니다. 아침 기온이 상당히 올라와서 긴팔이 어색할 정도네요. 오늘 비가 많이 온다고 겁을 줘서 그런지 우중충한 날씨인 듯 하기도 하구요. 오늘은 오디를 채취해야 해서 걷는 걸 포기하고 자전거를 끌고 나갑니다. 800만원짜리 프리라이드용 엠티비 앞에 바구니를 달아서 우스꽝 스럽기도 하지만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결혼 후 산악자전거 타기를 포기한 후 이렇게라도 자전거를 이용해야 합니다.
자전거는 산타크루즈 헤클러라는 모델인데, 프레임과 앞샥(마조찌)은 이베이를 통해서 수입했고, 나머지 부품은 국내 자전거 샵에서 구입하고 조립한 세계에서 저만 갖고 있는 자전거죠. 헤클러가 프리라이드 용 프레임이지만 나름 다운힐까지 소호할 수 있도록 세팅을 했습니다. 동네 산에서 열심히 타고 달리고 했었는데, 역시나 가정을 꾸리게 되니 반강제적으로 자전거와 멀어지게 되더군요. 이게 벌써 20년 전이니 이 자전거도 20대입니다. 집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서 중고나라에 싼가격에라도 내놓자고 내놓았는데 연식이 오래된 차다보니 팔리지 않습니다. 프레임 가격도 안되는 200만원 헐값에 내놨습니다만, 지금 와서는 안판게 다행이라고 생각되네요.
암턴 먼지만 쌓이던 자전거를 타고 오디가 모여있는 동네 천변으로 향합니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익은 오디가 별로 없더니 오늘은 익어서 나무 밑에 우수수 떨어져 있습니다. 떨어진 오디는 가급적 줍지 않습니다. 혹여나 흙이라도 묻어 있는 경우 싰어도 흙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요. 오디를 씹었는데 흙이 씹히는 건 좋지 않아요.
요렇게 비닐 봉지를 준비해서 가득찰 때까지 따줍니다. 오디를 채취하는 포인트는 총 5군데 나무입니다. 각자 나무들은 약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열심히 따고 이동하고 이런식으로 합니다. 혹시 주인 있는 뽕나무에서 불법 채취하는 거 아니냐라고 의심하시는 분들도 있겠네요. 엄밀히 말하면 국가 소유겠죠. 하천부지는 대부분 국가토지랍니다. 세금을 얼마나 내는데 이정도 따도 되겠죠. ㅋㅋㅋ
올해도 어김 없이 뽕나무이벌레가 흰망또를 여기저기 펼치고 있군요. 뽕나무이 성충들이 이제 부화가 되었는지 뽕잎 뒤에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건들면 후두두두 떨어지는 넘, 이리저리 튀어가는 넘 벌레들이란... 만일 벌레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오디 채취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가꿔진 뽕나무의 경우 벌레가 생기지 않게 조치해서 깨끗하지만 임자 없는 뽕나무엔 이 뽕나무이벌레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도 오디 끝물 정도가 되는 6월 중순이 되면 이 벌레들이 모두 우화가 되서 뽕나무를 떠납니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뽕나무가 깨끗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디도 이제 끝이라는 것. 뽕나무이벌레는 하얀 물질이 무기 같아요. 찾아보니 이 하얀게 몸에 지속적으로 묻으면 피부가 가려울 수도 있다고 하구요. 옷에 묻기도 해서 보기가 민망합니다. 또한 감로라는 물을 내기도 하는데요. 이넘들이 붙어 있는 줄기를 잡으면 비가 오는 것 같이 물이 떨어집니다. 미 물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우수수 물방울이 떨어지다보니 피부에 닿으면 무슨 안좋은 일이 생길까봐서 느낌은 별로 좋지 않아요. 하지만 제게는 하얀물질이나 물방울에 의한 피부 발진이나 가려움은 아직 없었습니다.
2시간 정도 작업했더니 꽤나 모을 수 있었습니다. 오디는 손으로 건들였을 때 알아서 떨어지는 애들만 채취합니다. 익을만큼 익은 애들만 따는 거죠. 약 1키로 정도 수확한 듯 싶네요. 주말마다 작업해서 모으면 6월 끝물까지 오디주를 만들 량이 나올테죠. 오디주 만들어서 제가 거의 먹질 못합니다. 초반에만 반짝 먹다가 슬 소주로만 넘어가요. 그래서 과실주병 사다가 선물용으로 제작해서 주위에 나눠주면 겁나 좋아들 합니다. 가끔 아들넘이 달콤한 맛에 매료되어 훔쳐 먹는 경우가 있는데 과하지 않은 것 같으니 걍 둡니다. 오디주 통이 점점 줄어드는 걸 보면 100% 아들넘이 범인이죠.
이렇게 냉동시켜 놓고 량이 차면 큰 과실주 병에 담아서 3개월 정도 숙성해주면 오디주가 완성됩니다. 병은 냄비에 주둥이가 밑으로 가게 해서 끓는 물에 훈증시켜서 소독을 해줍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발효되면서 나쁜 균이 있으면 곰팡이가 생기게 됩니다. 과실과 설탕 1:1로 해서 골고루 섞어서 넣어주고, 담금주나 일반 소주를 부어줍니다. 원래 담금주로 해야하는게 맞지만 마트가기가 귀찮아서 그냥 일반 소주로 제조해도 상관이 없더군요. 그리고 술을 붇지 않고 그냥 설탕만 넣고 발효액을 만들어서 발효액만 만든 후 소주를 부어도 무방하더군요.
작년엔 오디 발효액을 만들어서 오디만 거른 후 과실병에 1:1로 소주를 섞어서 오디주를 만들었습니다. 걸러진 오디는 버리지 말고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저는 안해봤지만 거른 오디로 오디잼을 만들어도 좋을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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