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주말농장 가지 이야기: 가지 재배와 가지차 만들기

농어 2024. 11. 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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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가지 수확

 

어릴 적 시골에서는 가지가 흔하게 식탁에 오르곤 했습니다. 가끔은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 간식이었는데, 서울에 올라와 보니 생가지 먹는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요즘엔 저도 자주 먹진 않지만, 가지를 활용한 가지차는 언제나 손이 가는 건강 음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말농장에 심는 주요 작물 중 하나가 가지인데, 그 이유는 바로 이 가지차 때문입니다. 여름이 되면 주렁주렁 열리는 가지를 보면서 한 해 건강을 위한 차를 미리 준비하는 느낌이랄까요.

 

가지 재배법: 재배 난위도 下(하)

매년 5월 푸릇푸릇하게 온 대지가 연녹색의 실록으로 물들기 시작할 때 아침 기온이 10도 이상 올라가면 거의 대부분의 모종은 미리 일궈놓은 밭에 정식을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가지도 들어갑니다. 보통 가지는 넉넉히 80cm 간격을 두고 심습니다. 가지는 모종을 심어야 하는 대표적인 작물 중 하나인데, 육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종묘상에서 튼튼한 모종을 구입하여 심는 것이 좋습니다.

 

가지는 다른 채소에 비해 병충해가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28점박 무당벌레는 요주의 해충 중 하나입니다. 이녀석이 지나가면 가지의 보라색 껍질이 울퉁불퉁해지며, 때깔이 좋지 않게 되어 버리죠. 가지를 키우는 동안, 가지의 곁순을 적당히 제거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곁순을 남기면 열매가 더 많이 열릴 수 있지만, 제대로 제거해주지 않으면 가지 무게를 못 이겨 줄기가 부러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지가 한창 성장할 때면 가지 곁순 제거와 지주대 묶어주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한 가정 당 4주 정도면 먹고도 남을 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주말 농장의 필수 작물이나 많이 심으면 처치 곤란해지니 적당히 심으세요. 

 

가지를 심고 꼬꼬마 활착의 시기를 지난 후 6월이 되면 꽅이 피고 열매를 내줍니다. 보라색 꽃이 수수하게 보기 좋죠. 가지는 이렇게 9월이 넘도록 계속해서 성장하면서 꽃을 피우고 가지를 내주고 효자 노릇을 합니다. 고온 환경인 인도가 원산지라서 서늘해지면 성장도 멈추게 되고 열매는 자잘해 집니다만, 그래도 열심히 가지를 내줍니다. 10월 말~11월 초에 서리를 맞으면 시들게 되죠.

 

가지는 병충해도 별로 없고, 별도로 가꿔주는 행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손쉽게 재배가 가능한 작물입니다. 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과습하면 열매에 곰팡이가 생기고 시들어 죽기도 합니다만, 10년 이상 가지를 재배한 경험상 거의 죽는 가지는 없었습니다. 

 

5월 주말농장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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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차를 소개합니다

가지차를 만들기 위해서 수확한 가지를 작게 썰어 말립니다. 다 말린 가지는 프라이팬에 살짝 덖어주면 구수한 향이 일품인 차가 완성되죠. 덖는 과정을 생략하고 말린 가지를 바로 우려 마시면 풋내가 남아 그윽한 향이 있지만, 덖은 가지차는 구수한 맛이 더 강해지며 대추차 비슷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지차에는 크나큰 단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저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여름철에 미리 끓여 놓은 가지차는 이틀, 길어도 사흘이면 쉽게 상해버립니다. 찻물이 점점 탁해지며 상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소량씩 끓여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저장성 문제만 해결된다면 정말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매년 가지차를 상품화해보려는 꿈만 꾸고 있네요.

6월 가지

농사의 소소한 즐거움과 교훈

가지는 다른 작물에 비해 병충해가 적은 작물이라 일손이 덜 가긴 하지만, 해충 문제와 예측할 수 없는 날씨는 늘 고민거리입니다. 특히 두더지나 달팽이 같은 귀여운(?) 불청객들은 언제나 농부들에게 작은 골칫거리죠. 작년에는 고구마 밭에 두더지가 터널을 파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땐 이미 늦어 상당수의 고구마를 헌납했었습니다. 달팽이 역시 눈에 띄는 족족 농장에서 치워야 할 대상으로, 시골 농부의 바쁜 일상 속엔 언제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넘쳐납니다. 가지를 기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즐겁지만, 가을이 되면 채소들을 수확해 두고 겨울 동안 즐길 수 있도록 가지차를 만들어 두는 것은 또 다른 행복입니다. 그 맛이 그리워 해마다 6그루 이상 10그루까지 심지만, 너무 많이 열릴 때면 마눌님이 수확한 가지를 보고 한숨 짓기도 합니다. 가지가 야구방망이만큼 자라 무게에 축 늘어진 모습을 보면 옆 텃밭 이웃분들도 나눠가져가겠다고 할 정도로 넘쳐납니다. 그렇지만 이런 풍성함도 그저 즐거운 농사 일상의 일환이겠죠.

 

가지차의 매력과 앞으로의 바람

건강한 삶을 위해 매년 가지차를 만들어 겨울을 준비하지만, 이 차가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한방에서는 가지가 독을 해독하고 염증 완화에 좋은 작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가지의 보라색은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 같은 항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에 이로운 다양한 채소들이 그렇듯이, 가지 역시 몸에 좋은 자연의 선물이죠. 앞으로도 매년 가지차를 준비하며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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