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처음올 말벌이라는 곤충에게 쏘여서 대략 이틀 정도 고생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서 말벌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하며 일단 쏘이면 할 수 있는 응급처치에 대해서, 그리고 통증 지속시간이나 붓기 빠지는 시간 등을 경험한 바대로 게시하겠습니다.
모처럼 하루 종일 시간이 나서 그간 못갔던 낚시터를 돌아보려고 오전 11시 경 집을 나섰습니다. 예전 총각 땐 금요일 날 근무가 끝나면 바로 포인트로 진입해서 일요일 오전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기도 했는데요. 결혼 후 마눌님과 자녀님의 눈치 때문에 제대로 된 낚시를 하지 못했죠. 그간 이곳 포인트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보고 싶어서 낮낚시가 안되는 것을 알지만 슬 포인트를 돌아보려고 나섰습니다.
추석이 지난 9월 중순이 훌쩍 지났지만 날씨는 엄청 덥군요. 습도도 무지 높습니다. 햇빛 알러지가 있어서 항히스타민제를 한 알 비상용으로 먹고 출발했죠. 이 약 한 알 먹으면 알러지에 의한 발진이나 두드러기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야외 활동이 많은 저는 비상약으로 항히스타민, 진통제, 일회용 밴드 등을 챙겨놓고 있죠.
이 낚시터는 중규모의 강으로 강원도 철원에 위치하고 있는 남대천(지금은 화강)입니다. 한탄강의 지류인데 남대천에서 개명을 하면서 강급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인지 갑자기 강이 되어 버린 곳이죠. 북한 땅에서 발원하여 한탄강으로 합류되는 남한과 북한을 동시에 흐르는 강으로서 이곳에서 사는 붕어를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해서 통일 붕어라고도 부릅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수요일 고향 갔다가 상경하는 귀경객들은 도로에서 몇 시간을 지체하는 날인데 저는 추석 당일날 8시간에 걸친 지리한 운전 덕분에 온전하게 하루를 쉴 수 있었죠. 11시 경 출발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막힘이 없이 시원하게 뚫려 있었습니다. 도착은 1시가 안된 시각. 날은 해가 났다가 흐렸다가 하는 날씨였습니다. 제가 사는 남양주는 30도가 넘어가는 기온에 습한 날씨였는데 철원은 같은 시각에 28도에 습도만 높은 날씨였습니다. 약간 후덥지근한 날씨였죠.
느긋하게 철원 와수리 부근 상류쪽부터 하류까지 훓어 내려가면서 낚시 포인트를 살펴보면서 내려갑니다. 몇 년전에 홍수를 대비해서 하천 정비 작업을 하여서 낚시 포인트는 거의 사라진 상태. 그래도 그간 자연의 힘으로 예전 모습을 가까스로 갖춰가는 모습이 보여서 다행스러웠네요.
상류부터 시작해서 하류 마지막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그간 낚시꾼들과 농부들의 트러블이 많았는지 입구는 쇠사슬로 쳐져 있으나 낚시꾼들 차가 들어가 있는 걸 보고 빙 돌아서 진입했습니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포인트로 진입하는데 무언가 육중하게 부웅~하면서 머리 쪽에 날아듭니다. 딱정벌레인줄 알고 손으로 쳐냈네요. 낚시대는 펴놨지만 잡고기 입질과 더워서 그런지 사람들은 자리에 없군요. 대신 차쪽 시원한 그늘에 모두들 쉬고 있습니다. 차 진입이 안되서 걸어서 포인트 살펴보고 나오는데 아저씨가 저쪽에 말벌이 나와서 쏜다고 가지 말랍니다. 멀... 아까 지나온 길인데 무슨 벌?? 쭈뼛쭈뼛 하면서 무시하고 지나 갔습니다. 그런데 아까 들렸던 육중한 부웅~~ 소리가 나면서 두 마리 벌이 달라드는 겁니다. 헉. 빠르게 이탈하려고 하는데 벌 한마리가 머리에 앉아서 오른쪽 머리의 머리카락을 파고 듭니다. 따끔하더군요. 많이 아프진 않아요. 말벌은 침만 쏘고 빠르게 사라집니다. 저도 빨리 현장에서 이탈... 아저씨 쫓아와서 자기도 두방 물려서 편의점 가서 알러지약 먹어야 겠다고 하네요. 차에 타서 머리를 만져보니 쏘인 곳에 출혈도 있네요.
말벌에 쏘인 직전엔 별로 증상이 없어서 다음 일정으로 돌입합니다. 아까 걸어서 포인트를 둘러보다 포인트 진입로 주소를 찍어 놓아서 그쪽으로 이동했어요. 도착 직후부터 벌에게 쏘인 머리쪽이 욱신거립니다. 날은 더운데 머리까지 욱신 아프니 정신이 없어집니다. 주차하고 겨우 포인트 자리에 짐을 옮겼습니다. 파라솔 펴고, 좌대 펴고, 받침틀 얹고 나니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 낚시대까지는 도저히 설치를 못하겠습니다. 기온도 올라간건지 웰케 더운지... 땀은 비오듯이 흐릅니다. 말 그대로 거의 떡실신. 의자 젖히고 끙끙 앓으면서 눈만 감고 고통을 참아야 했네요. 말벌 물리면 바로 응급실 가는게 정석이지만, 하필 추석 연휴이고 의료 대란에 병원은 커녕 응급실에 가도 문전박대 내지 몇 시간은 기본 대기일테니 갈 엄두도 안나네요. 알러지 항히스타민제 약은 다행히 출발할 때 먹었고, 가지고 다니던 진통제 타이네놀을 두 알 먹습니다. 그래도 고통은 줄어들지 않네요. 이렇게 끙끙 앓으면서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버텼습니다. 이윽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니 약간 고통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낚시를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낚시대 세팅을 시작했습니다. ㅎㅎ
4~5시간 지나니 완전히 컨티션이 회복되었습니다. 거울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외모가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확인은 못하고, 느낌엔 물린 쪽 오른쪽 얼굴이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드는게 부었나 보다 했죠. 12시까지 낚시를 즐기다가 집으로 철수. 1시 넘어서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오른쪽 얼굴이 심하게 부었네요. 눈두덩과 볼까지 붓기가 내려와 있습니다. 싰고 내일 아침까지 푹 자면 붓기가 빠질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취침. 그때까지 머리의 통증은 약하게 계속되고 있어서 머리를 만지기가 두려울 정도였네요.
말벌 물린지 2일차
푹 자고 일어나서 말끔해진 얼굴을 기대하고 일어나자 마자 거울을 봤습니다. 헉!!! 이건 몬스터급 얼굴. 어제 자기 전에 오른쪽 얼굴만 부었었는데 오늘 아침은 얼굴 전체에 영향이 있군요. 왼쪽 볼만 놔두고 얼굴의 3/4가 부어서 터질라고 합니다. 눈은 게슴츠레 작아져 있구요. 다행히 머리의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들에게 얼굴을 보여주니 깜짝 놀랍니다. 싰고 썬글라스 쓰고 출근. 회사에 출근하여 일하는 내내 얼린 생수병으로 눈과 볼을 문지르면서 일했네요. 오후 들어서 붓기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해서 다행히 사람 얼굴로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저녁이 되니 거의 정상인 수준으로 붓기가 빠졌습니다.
말벌 물린지 3일차
어제 얼린 생수병을 갈아가면서 열심히 냉찜질을 해서 그런지 붓기는 빠르게 빠져서 3일 째 아침엔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듯 합니다. 그래도 아직 붓기는 남아 있습니다. 눈 주위와 볼 쪽의 붓기로 꼭 보톡스 맞은 듯 피부가 팽팽해 졌네요. 주변 사람들이 10년은 젊어 보인답니다. 공짜로 보톡스 맞고 젊어지니 좋네요. 오늘 오후까지 계속해서 얼린 생수병으로 냉찜질을 하고 있고, 붓기는 서서히 빠져서 이제 거의 정상인으로 돌아왔습니다.
말벌 쏘인게 평생 처음이라서 이렇게까지 독한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간 말벌 날아다니면 건들지만 않으면 쏘지 않을 것이라는 상식으로 무섭지 않았는데 이젠 트라우마를 겪을 정도로 제대로 느껴봤군요. 말벌이 나타나면 이제는 무조건 도망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말벌에 관해서
말벌 독
- 말벌의 독은 상당히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 말벌의 독 중 심각한 성분이 멜리틴이라는게 있으며, 이로 인해 적혈구가 파괴되고 혈관이 확장되어 심각한 증세를 일으키며 말벌 독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 말벌 독은 용혈인자를 생성하는 인지질분해효소 A2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쏘임 부분에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 아파남은 세포의 민감도를 증가시켜 신경조직을 분해하여 신경계의 민감도를 높여서 독의 독성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 말벌 독에 알러지가 있는 분들은 아나팔락시스 쇼크와 같은 반응을 일으키거나 기도 피부에 알러지가 일어나면 기도를 막을 수 있어서 일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말벌의 행동 방식
- 말벌은 일반적인 경우엔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나 말벌집이 공격당한다고 생각하면 상대를 말벌침으로 응징하는 것입니다.
- 동료들에게 자신 또는 집이 공격당한다는 신호를 보내서 협공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먹이 사냥시 강한 턱으로 자르거나 침을 이용 합니다. 메뚜기 거미와 같은 곤충에 독을 주입해서 마비시킨 다음 먹기도 하고, 둥지로 가져와 말벌 유충들에게 먹이로 줍니다.
- 암컷 말벌의 경우 곤충을 잡아오면 곤충 위에 알을 한두개씩 낳는다고 합니다.
말벌 침
- 말벌은 사람을 여러 번 침으로 쏠 수 있습니다.
- 말벌의 침은 꿀벌과는 달리 가지가 달려 있지 않은 부드럽고 곧은 가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번 침을 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 꿀벌보다 말벌이 오히려 공격적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꿀벌의 경우 보호해야 하는 꿀이 있는 것이고, 말벌은 건들지만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는거죠.
- 말벌 독보다 꿀벌 독이 더 강하다는 보고도 있군요. 하지만 여러번 쏠 수 있는 말벌이 독 량도 더 많이 주입하기 때문에 더 독하게 느껴지는 것이랍니다.
마무리
야외 활동을 하시는 경우 말벌에 쏘인 후 응급실에 갈 형편이 안될 경우를 대비해서 항히스타민제(알러지약)과 진통제를 꼭 상비약으로 챙겨서 다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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